나의 캐나다 이야기

'캐나다'가 먼저인가 '이민'이 먼저인가 - 케이팝을 아시나요.

haruoneday 2020. 8. 24. 09:13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나에게 "캐나다" "이민"은

언제나 "캐나다-이민" 이 한 개의 단어로 다가왔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캐나다가 먼저 였을까

이민이 먼저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좀 더 정확히 이 물음이 든 시점을 얘기하면

캐나다에서 한국에 너무 가고 싶어 하는

캐나다 친구들을 만나고 난 후였다. 

 

BTS가 미국 티비 엘렌쇼에 나오고

여러 상을 받고 하면서

나도 캐나다에서 k-pop의 인기를 실감했던 것 같다. 

 

아니 그 훨씬 전부터

한국 문화와 한국 케이팝에 관심이 아주 많은 친구들이 

내 주위에는 항상 있었다. 

 

그 친구들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나에게 한국 가요에 대해 묻고

같이 얘기하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나중에 꼭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얘기한다. 

 

나는 캐나다에 살면서 캐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도

우리의 얘기의 주제는 한국, 케이팝, 한국음식인 것이다. 

 

이 아이러니가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때인 것 같다. 

 

어느 나라나 똑같겠지만

회사에서의 사회생활은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적인 관계에 묶여있는 그룹 안에서 

어느 정도의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와 관심사가 같지 않아도

시답잖은 스몰 톡을 나누고

당시에 유행하거나 화제가 되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

일상적인 얘기를 나눠야 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직장동료들과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을 접하게 되면서

 

나에게 그야말로 현타가 찾아왔다.

 

회사에는 케이팝, 한국문화, 한국음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없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나는 회사에서 이런 상황을 처음 경험할 정도로

캐나다에서도 한국인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회사 동료들은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캐나다에서 일을 하고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캐나다인들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평범한 캐나다 인들과 함께 공감할 관심사가 없다는 것을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어쩌면 나는

캐나다를 처음 온 날부터

내가 캐나다의 역사나 캐나다의 인기 검색어, 정치, 화젯거리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와주는 친구들을 기다리고

그들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쏟았던 것도 같다. 

 

내가 먼저 캐나다의 문화를 배우고 읽히고 

다가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니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좀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매일 써야 하는 영어가 버거웠고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내가 살아왔던 한국과 완전히 다른 생활환경이

설레기도 했지만 무섭기도 했기에

나는 다른 걸 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누군가는 공감이 가는 변명일 지라도 

 

회사생활을 시작한 이후

내가 느낀 동떨어짐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한국 포털사이트에 로그인해

한국 뉴스를 보고

이렇게 한국어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혹시 라도 놓친 한국의 화젯거리를 찾아다닌다. 

 

지금도 나에게

캐나다 문화란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같은 것이다.